좋은 기획자 좀 소개시켜줘.
가끔 지인들로부터 이런 부탁을 받는다.
“좋은 기획자 좀 소개시켜줘.”
좋은 기획자? 흔히 똑똑하고 성실하며, 책임감 있고 꼼꼼한 사람이 떠오른다. 물론 이런 자질은 훌륭한 기획자의 기본이다. 하지만 좋은 기획자란 조직의 상황과 리더의 성향에 따라 달리 정의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기획자란 정답이 없고, 항상 맥락을 따져봐야 하는 존재다.
먼저, 조직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기획자가 달라진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는 빠르게 실행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획자가 꼭 필요하다. 이들은 완벽한 계획보다 “일단 해보자”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줄 알아야 한다. 다재다능함도 필수다. 기획만 하는 게 아니라 영업, 마케팅, 운영까지 챙겨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통해 배우고 개선해 나가는 태도가 가장 빛을 발하는 시점이다.
그런가 하면, 성장기 조직에서는 좀 다르다. 여기서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기획자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여러 부서가 협업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꼼꼼함이 특히 빛을 발하는 시기다. 작은 문제도 놓치지 않고, 조직 전체의 흐름을 잘 이해하면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확장기 조직에서는 또 다른 기획자가 필요하다. 이제 조직이 커지고,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히기 시작한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리더십과 조율 능력이 뛰어난 기획자가 필요하다. 이런 기획자는 다양한 의견을 통합하고, 변화를 관리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실행으로 옮길 줄 알아야 한다. 변화의 속도와 조직의 적응력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마지막으로, 성숙기 조직에서는 혁신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프로세스 속에서도 새로움을 만들어낼 줄 아는 기획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방식을 재구성하고, 시장 변화를 읽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요구된다. 창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실행력을 겸비한 사람이 이 단계에서 빛을 발한다.
그런데, 필요한 기획자는 조직의 상황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리더의 성향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리더의 스타일에 따라 기획자가 맡아야 할 역할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크게 달라진다.
먼저,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리더를 보자. 이런 리더는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는 데 강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는 약한 경우가 많다. 이런 리더와 함께하려면 실행력과 세부적인 계획 수립 능력을 가진 기획자가 필요하다. 리더가 “이 방향으로 가자”라고 하면, 그걸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기획자다.
다음으로, 속도와 결과를 중시하는 리더가 있다. 이들은 즉각적인 결과와 빠른 실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리더는 자신이 직접 세부적인 부분까지 챙기면서 일을 빠르게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가끔은 장기적인 관점을 놓칠 때도 있다. 이럴 때 기획자는 중장기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 중심의 사고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팀워크와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도 있다. 이들은 구성원과의 협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결정을 미루거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기획자는 다양한 의견을 정리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여러 목소리가 혼재된 상황에서 팀을 하나로 모으는 조율자가 되는 것이다.
한편, 새로운 아이디어와 변화를 즐기는 리더도 있다. 이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데 강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을 간과하거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기획자는 리더의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한 현실적 계획으로 바꾸고, 조직 내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리더도 있다. 이런 리더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강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도입하거나 속도를 내는 데는 소극적일 수 있다. 이 경우 기획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점진적으로 조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좋은 기획자는 조직의 상황과 리더의 성향에 맞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 좋은 기획자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늘 되묻는다.
“지금 조직은 어떤 상황이고, 리더는 어떤 분인가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적합한 기획자를 찾을 수 있다. 좋은 기획자는 단순히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조직과 리더의 필요를 충족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당신은 어떤 조직에서 어떤 리더와 일하고 싶나요?